강좌 프로그램

강좌명 [여름특강] 우리가 몰랐던 그리스 민주주의: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읽기
장소 무등공부방
개강일시 2018년 8월 13일 PM 07:30
강사 채효정_정치학자, 경희대,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
신청가능여부 접수마감

# 이제는 좀 웃자 빼꼽 잡고 고전 읽기

유쾌 통쾌 발랄 발칙한 데모스의 반란! 포복절도할 그리스 민주주의의 뒷태! 

<우리가 몰랐던 그리스 민주주의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읽기>

한여름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4편을 내리 읽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스 비극이 진지-숭고한 영웅들을 앞세워 아테네의 정치적 운명을 타개하려 애쓰는 동안, 희극은 이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여 세간을 떠들썩하고 만들었습니다. 코미디라는 것이 본디 그렇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과장되고 왜곡되고 심지어 저질스럽기까지 작품을 통해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정작 말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민주주의에는 늘 진지함만 필요한 것일까요? 좀 가볍게 가면 안 되나요? 이제는 좀 (비)웃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채효정 선생님과 함께 '배꼽 잡고 고전 읽는' 진귀한 체험에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소프트음료(?) 반입가능!!)
 

▹주관: 인문학교육연구소

▹일정: 2018년 8월 13일(월), 14일(화), 16일(목), 17일(금), 저녁 19:30 (120분, 총 4강)

▹장소: 무등공부방

▹참가비: 후원회원 및 연극인 6만원, 일반 8만원 ►후원회원 가입안내

▹문의 및 접수: 070-8862-6063http://www.paideia.re.kr

▹입금계좌: 광주은행 121-107-005174 (예금주: 인문학교육연구소)

▹ 교재 안내: (각자 구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천병희 옮김, 숲)

▹ 일정 및 함께 읽을 작품:

1강(13일/월). 구름들 Nephelai Νεφέλαι  
2강(14일/화). 기사들 Hippeis  ἱ ππεῖς 
3강(16일/목). 벌들 Sphēkes Σφῆκες 
4강(17일/금). 아카르나이 사람들 Acharnes Αχαρνές 
 

▹ 강좌기획의 변

“유쾌 통쾌 발랄 발칙한 데모스의 반란!”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예술은 서양 문명의 뿌리일 뿐 아니라, 서양이 지배하는 세계의 문명적 원형으로 대접받고 있다. 특히 서구 정신에서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그리고 정치가 차지하는 위상과 그 위대함에 대한 평가는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리스 문명의 창조자(demiourgos)는 그리스의 민중인 데모스(demos)다.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위대한 작품들 중에는 ‘민주주의(demokratia)’라는 정치체제도 있다. 민주주의는 데모스의 힘(demos-kratia)이란 뜻이다. 그 데모스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데모스의 삶으로부터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데모스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리스 시대의 철학책을 읽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도 그런 나라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그 주인공들이 ‘아테네 시민’이라고 배웠다. ‘데모스’라는 존재는 시민이라는 존재에 가려져 후대의 역사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되어 왔다. 실제로 아테네를 만든 사람들이 그들임에도 말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그 위대한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위대한 철학자들과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서만 들어왔기 때문이고 그들의 말과 글을 옮겨준 이들 역시 근대의 부르주아 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테네 노동계급이 시민이 된 민중 혁명과 노동자-농민-민중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 실현했던 민주 정치는 ‘민중 정치’가 아니라 ‘시민 정치’로 둔갑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주어는 시민이 아니라 민중, 데모스이다. 그 데모스의 관점으로 바라본 아테네 사회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바라보는 당대의 사회상과는 많이 다르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 데모스의 관점에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다른 그리스가 보인다.

또한 기원전 4세기 데모스의 눈으로 바라본 아테네 폴리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시대와 참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말기 아테네는 정의보다 이익을,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우고 농업을 죽이고 상업에 의존하며, 농촌과 촌락공동체들이 파괴되고 사적소유와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그런 시대에 민중의 편인 척, 민중을 위하는 척 하며 인기를 얻어 권력을 쥐고 실제로는 민중을 기만하는 권력자와 지식인들의 실체를 폭로하며 고발한다. 오늘날 로봇 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아테네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노예 경제를 옹호하며 노예 산업으로 큰돈을 버는 케팔로스 같은 무기상과 부자들, 아테네와 동맹국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선동하는 클레온 같은 선동가들, 수입 곡물로 먹고 살자며 농민들에게 농토를 버리도록 해서 소농의 자급기반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페리클레스 같은 정치인들, 소송으로 해가 떠서 소송으로 해가 지는 재판망국의 나라에서 진리나 정의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말로 이기는 방법인 논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쳐 떼돈을 벌고 있는 소피스트 지식인들이 그 폭로의 대상이다.

작품 속에서 데모스가 지배자와 권력자들을 한방 먹이는 솜씨는 가히 일품으로, 읽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이렇게 유쾌 상쾌 통쾌하며 발랄 발칙할 수가! 이번 아리스토파네스 함께 읽기는 우리가 몰랐던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동시에 데모스의 철학, 데모스의 미학, 데모스의 언어, 데모스의 해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우리 스스로 그 동안의 틀에 박힌 ‘위대한 그리스 역사와 문화’라는 틀에서 해방되어 데모스의 아테네를, 데모스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탈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 땅의 데모스로서 우리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 함께 울고 웃으며 읽어봅시다!  

* 강사 : 채효정  (정치학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

채효정은 2011년부터 경희대에서 ‘대안 사회 구상하기’, ‘예술과 정치’ 등 인문 사회 과목을 강의해 오다 2016년 해고되었다. 이후 부당 해고와 차별적 강사 제도의 시정을 요구하고,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 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으로 학내 투쟁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했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techne’와 포이에시스poiesis’ 에 관한 하이데거의 개념을 토대로 기술·예술론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몸의 정치, 생명정치, 정치미학 등 정치에서 생명과 감각과 감정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고대 ‘오이코노미아oikonomia’ 개념을 재해석함으로써, 여성과 노동을 중심으로 고대 민주주의와 생명정치론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교육 운동 단체인 ‘학벌없는사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여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인문학 교실 - 삶은 달걀?’, ‘거리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떡볶이 교실’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이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때 만난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에게서 배운 것이 큰 힘으로 남아 있다. 
정치, 인문·예술, 교육 분야에서 이론과 현실, 사유와 실천을 잇는 ‘현장 연구자’가 되고 싶다. 지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인이 되고 싶고,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통에 대해 공명하는 존재인 인간과 민주주의가 희망이다. 함께 쓴 책으로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